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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으며 졸기⌟ 김기택 | 시험기간의 시 책 읽으며 졸기 김기택 잠이 깨는 순간마다 얼핏 책상 앞에서 졸고 있는 내가 보였다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코고는 소리를 얼른 멈추고 있었다 소매로 입가의 침자국을 닦고 있었다 졸음을 쫓아내려고 머리를 흔들고 열심히 눈을 비비고 헛기침을 하고 있었다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눈을 부릅뜨고 글자에 촛점을 맞춘 나는 더이상 졸지 않고 책에만 집중하였다 는 생각에서 허겁지겁 빠져나와 침 닦으며 눈 비비며 다시 잠 깨는 나를 보았다 이제야말로 깨어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 머리통은 또 한쪽으로 꺾이어 있었다 분명히 멈추었다고 생각했던 코고는 소리를 다시 멈추고 있었다 부릅떴다는 생각 속에서 어느새 풀려버린 눈을 다시 번쩍 뜨고 있었다 또렷하게 보였던 글자들이 부랴부랴 허공에서 책 속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
나의 가장자리에 서서 나의 내면 중심부에 다가가려는 인고의 노력 세상 사람들에 의해 시간과 공간에 걸쳐 반복되는 고뇌 그러한 보통의 지향점을 거슬러 나의 내핵이 아닌 가장자리로 간다 가장자리로! 에고의 끝에서, 장벽을 뭉개고 흐리어 생각한다 누구나 타협없이 달려가고 있는 끝의 절벽을 생각한다 예리하게 벼려진 의식이 나의 것이 아니라 세상의 것임을 생각한다 그곳에서. 일상적이며 그러나 누구도 직시하지 못하는 꺼풀의 세상에서 나는 무한한 사랑을 느낀다 세상과 연결되어, 촘촘히 연결되어 나는 무한한 사랑을 느낀다 아스팔트 께의 흙에서 차가 달리는 바람에도 인자히 흔들거리는 잎사귀 화려한 얼굴의 꽃들과 어우러진 하늘 구름 어린아이의 낙서 속에 등장할 것처럼 생긴 앙증맞은 들꽃 미워하던 사람의 무의식의 주파수를 알아챈다 사랑하는 사람..
씨래질 - 파커 J. 파머 | 오늘의 시 씨래질 쟁기가 이 감미로운 땅을 무참하게 휘저어놓았네 기형의 흙덩어리들이 파헤쳐지고 바위와 뒤틀린 뿌리들은 밖으로 드러났으며 지난해에 자라난 것들은 쟁기의 칼날로 난도질당했네 나도 이런 식으로 인생을 쟁기질해왔지 잘못된 것의 뿌리를 찾아서 모든 역사를 뒤집어엎었네 내 얼굴이 피폐해지고 고랑 같은 주름이 지고 상처가 날 때까지 충분해. 일은 마무리 됐어 뿌리 뽑힌 게 무엇이든 앞으로 올 것이 자라날 것의 못자리가 되도록 하라 나는 지난해 벌어진 일들의 이유를 파헤치려고 쟁기질했지 농부는 다시 푸르러질 계절을 심기 위해 쟁기질한다네
여행의 노래 <헤르만 헤세, 1911> | 오늘의 시 여행의 노래 태양아 내 가슴을 환히 비추어다오. 바람아 내 걱정과 근심을 날려다오! 나, 이 지상에서 멀리 떠나는 여행보다 더 깊은 희열을 알지 못하네. 나 평원을 향해 나아가노라면 태양은 내 살갗을 그슬리고 바다는 서늘하게 식혀주리라. 지상의 생명을 느끼기 위해 나 모든 감각을 한껏 열리라. 그렇게 모든 새날은 내게 새로운 친구, 형제들을 보내주리라. 내가 고분고분 모든 힘들을 찬미하고 모든 별의 손님이자 친구가 될 수 있을 때까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1 | 오늘의 글 뒤집어 생각해보면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 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 세상사는, 세상사가 덧없는 것이라는 정상참작을 배제한 상태에서 우리에게 나타난다. 사실 이 정상참작 때문에 우리는 어떤 심판도 내릴 수 없다. 곧 사라지고 말 덧없는 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석양으로 오렌지 빛을 띤 구름은 모든 것을 향수의 매력으로 빛나게 한다. 단두대조차도. ... 왜냐하면 이런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처음부터 용서되며, 따라서 모든 것이 냉소적으로 허용되기 ..
⌜사월의 밤에 적다⌟ 헤르만 헤세 | 오늘의 시 사월의 밤에 적다 오, 색깔이 있네 파랑, 노랑, 하양, 빨강, 초록! 오, 소리가 있네 소프라노, 베이스, 호른, 오보에! 오, 언어가 있네 어휘, 싯구, 운율, 부드러운 울림, 문장 구조의 행진과 춤! 색깔과 소리와 언어로 유희하는 자, 그들의 마법을 맛본 자 그에게 세상은 피어나리니 그에게 세상은 미소 짓고 자신의 속내를, 그 뜻을 내어보이리라 그대가 사랑하고 추구했던 것, 그대가 꿈꾸고 경험했던 것 그것이 기쁨인지 고통인지 아직도 확신하는가? 솔 샤프와 라 플랫, 미 플랫 혹은 파 샤프- 이것들을 구분해 들을 수 있는가? 1962년
헤르만 헤세 <에세이; 에두아르트 뫼리케에 대하여> 中 | 오늘의 글 분명하고 명백한 형식을 저버리고 이해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독창성을 추구하는 것, 그건 예술이 아니다.
2023/03/24의 글조각 정리되지 않아 펜촉을 내린다. 문장을 쓰려해도 가슴 속 몽클거리는 응어리가 어디에서 형상을 만들었는지를 모른다. 쥐어짜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쉽게 씌어진 시에 대한 부끄러움이 공감이 가는 시점이다.
헤르만 헤세 <'더 새로운 이야기문학'에 대한 서평> 中 | 오늘의 글 사람들이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나누는 일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중에는 자기가 경험한 일들로부터 세상의 오래된 법칙을 깨닫고, 그 경험을 세상의 법칙을 드러내는 상징이자 표현 도구로 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일시적인 것에서 영원한 것을, 변화와 우연의 산물에서 신성과 완전성의 흔적을 보는 사람들 말이다. 1904년 9월.
헤르만 헤세 <살인하지 말라> 中 | 오늘의 글 우리 같은 지식인, 예언자, 광대, 그리고 미래를 꿈꾸는 자들은 내일을 위해 나무를 심는 사람들입니다. --- 좋아하는 언니를 따라 계획에 없던 교보문구에 들렀다. 계획에 없던 책, 그러나 하나쯤 마련하고 싶었던 그런 책을 하나 샀다. . 수채화와 함께 다양한 시와, 발췌 소설과, 짧은 글, 문구들이 차곡차곡 퀼팅되어 있는 것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었다. 그 책을 오늘 펼쳤다. 역시나 마음에 든다.